이라크 점령과 한국모델

6월초에 부시가 한국이 이라크 주둔의 모델이라고 이야기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일이 있었다. 그 때 비판의 논점은 크게 두 가지 였는데, 하나는 한국과 이라크 상황이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것이었다. 즉 한국은 북한과 같은 뚜렸한 외부의 적이 있어 이에 대해 지켜주는 것이고, 한국 내부에 이라크 처럼 미국을 공격하는 저항세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두번쨰 논점은 이 발언을 통해 결국 미군의 영구주둔이 처음부터 미국의 목표였다는 속내가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비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미군의 영구주둔을 말하려고 한 것이라면 일본이나 독일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한국이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일본이나 독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부시의 한국모델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전쟁 이후의 미군의 주둔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1945년에서 1948년 까지의 미군의 군정기가 아닐까?

일본과 독일의 점령에서 미국은 일정한 숙청은 했지만 그 나라들의 국가기구의 골간은 유지시키면서 그 이후 안정적인 주권이양을 했다.

그에 비해 한국의 경우 국가기구를 장악했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추방됨으로 해서 권력의 공백상태가 발생하였다. 그 이후 전개된 좌우투쟁이라는 것도 바로 이 권력의 공백상태를 누가 채우느냐에 대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방이후 한국전쟁 발발까지 5년사이 좌우투쟁으로 죽은 사람이 10만 정도라고 하는데, 그 과정 동안 미군은 대체로 뒷짐지고 구경만 하는 자세였고,결과적으로 남한내에 좌익세력이 일소됨으로 해서 좌익이 승리하거나 좌우합작이 성공하였을 경우에 비해 휠씬 친미적인 정권이 수립되게 되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풀은 격이라고 하겠다.

부시가 한국모델을 이야기했을 때 실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한국전쟁 이후의 주둔이 아니라 혹시 미군정기의 주둔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의 경우 미군정의 정책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내전상황을 촉발하고 악화시키는데 일조를 한 거는 사실이지만 내전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인 권력의 공백사태 자체는 일본 항복의 자연스러운 결과지 미군이 일부러 만든 조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경우 점령하자마자 이라크군을 해산하고 국가기구에서 바트당원을 추방하면서 이라크 국가기구를 실질적으로 해체시켜버렸다. 이런 식으로 국가기구를 해체하고 권력의 공백상태를 만들면 내전이 발생한다는 것은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에게는 상식에 해당하는 건데 이런 정책을 취한 이유가 무얼까?

부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걸 부시의 무능으로 보고 이라크 점령을 실패로 해석하지만, 만약 내전발생이 처음부터 미국이 의도한 목표였다면?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부시의 실패라고 비판하는 상황이 부시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작전성공이 되는 셈이다.

미국에게 남은 일은 철저히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력이 승리하도록 유도를 하거나, 아니면 서로 죽이다가 지쳐 단지 안정과 평화만 제공한다면 다른 것은 어찌되던 상관이 없다는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는 상당부분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상황을 이라크에서는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의심이 든다.

이라크 점령실패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는 중에도 별로 당혹해하는 기색이 없는 부시의 표정도 그런 의심에 대해 심증이 가게 하는 것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위의 시나리오에서 빠진 것은 북한의 존재와 한국전인데, 이라크에서 북한의 역할은 이란에게 주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보기도 한다.

by 인형사 | 2007/07/11 16:12 | 옛글 창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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