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과 논쟁 1: 자유무역과 서버브화

새로 생긴 동프라니즈에 제가 일전에 여기 올렸던 글을 가지고 갔다가 무척 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 논쟁의 성과을 이곳에 다시 가져오는 것이 도리인것 같아 옮겨 옵니다.

논쟁은 크게 두 가지 주제로 갈렸던 것 겉습니다.

첫째는 미국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지배와 이에 따른 소비생활의 하향평준화의 원인이 자유무역에 있는지, 아니면 미국 고유의 거주구조인 서버브에 있는지를 둘려싸고 일어났습니다. 주로 저와 서슬님 사이에서 벌어졌습니다.

둘째는 대형유통업체가 지배하는 미국의 소비생활을 긍정적으로 불 것인지 부정적으로 볼 것이지를 둘러싸고 벌어졌습니다. 저와 오돌또기님, libra님, 데카르트님, 서슬님이 주요 참가자였습니다.

다음은 자유무역과 서버브화에 관한 첫번째 논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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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과는 왜 맛이 없는가?  
묵이   2003-05-26 01:46:41, 조회 : 151, 추천 : 10

일전에 '미국에 없는 것 세 가지'라는 글을 몰린 것에 이어 미국사회의 모습에 대한 다른 글을 올려봅니다. 이글은 미국 소비생활의 모습에 관해 영국신문인 가디안에 나온 칼럼을 번역해본 것입니다.

이 글도 역시 재활용된 글인데 안티조선 우리모두 미국 뒤집어보기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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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방향에서의 접근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식의 경제 체제를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라고 보는 것도 크게 무리하지 않은 견해라고 봅니다.

미국의 경제체제가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의 접근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 중에 하나 제가 주목한 것은 미국의 자본주의란 몰-자본주의(Mall-Capitalism)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교외의 주택가에 위치한 초대형의 쇼핑센터를 몰이라고 부르며, 유통구조의 핵심을 이룹니다. 이것은 미국인의 생활이 대중교통수단이 아니라 승용차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고,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의 대부분이 교외의 주택가에 분산되어 있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상이지요.

이런 대형매장 중심의 유통구조는 유통업체가 쉽게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하고, 그 결과 미국의 경제는 생산자나 소비자보다는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대형 매장 중심의 경제는 저가 저질품의 대량 판매를 향해 나아가게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서버브(Suburb)라는 미국 고유의 주거형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집니다. 복합 밀집 거주공간인 도시의 경우는 소규모의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음에 반해 서버브라는 거주공간은 모든 것을 획일화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서버브라는 미국식 거주구조와 몰이라고하는 미국식 유통구조와 불가분의 관계라면 그것을 세계화시키는데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식 자본주의의 결과가 소비생활의 하향식 평준화라면 그것이 얼마나 바람직할까하는 의문을 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미국식의 거주구조를 가진 나라는 미국밖에 없으며 또 그런 식의 거주구조를 따라가려는 나라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식 자본주의가 다른 나라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가디안지에 나온 기사인데 한 번 번역해보았습니다. 몰-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소비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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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에서 딸기까지

메튜 엔겔

Tuesday June 4, 2002
The Guardian

루클러스의 향연을 목격한 사람이라도 초여름 미국 현대식 슈퍼마켓의 과일 야채 섹션에서 압도당한 쇼핑객의 느낌을 경험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시골별장의 정원도 그 색깔의 반란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짙은 빨간색의 토마토, 오렌지색의 당근, 노란 피망, 녹색과 자주색이 미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푸성귀, 그리고 숨겨진 물뿌리개로 정기적으로 살살 물을 뿌려 놓았다.

그리고 그 앞에 일등 상품이 놓여있다. 계절의 가장 저항하기 힘든 상징인 딸기가 무더기로 쌓여있다. 이 딸기는 캘리포니아산이며 "세계최고의 딸기"라고 표시돼 있다. 그리고 보기에는 진짜로 그런 것 같다. 크기는 빅토리아종 자두만 하고, 색깔은 붉은 포도주같은 짙은 색이어서 하늘에서 온 것 같다. 그리고 맛은-으음 뭐라고 할까- 회반죽 같다.

이 딸기는 맛만 빼면 크리켓 공과 다름없는 토마토와 좋은 짝을 이루며, 또한 레드 딜리셔스종의 사과와도 잘 어울린다. 이 사과는 "야구, 핫도그와 함께 미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며, 짙은 루비색 껍질과 고전적인 하트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공식 웹사이트에서 빼놓고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 맛이 젖은 종이찰흙과 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하며, 가장 독창적인 나라에 와있다. 그들이 이룩한 업적중의 하나가 신의 축복을 파괴한 것이다.

과일들은 다 엄청나게 커서 아이가 한자리에서 다 먹지도 못할 정도이다. (버찌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과는 모두 시사회의 유명인사들처럼 반짝거린다. 구두약에도 쓰이는 카나우바 왁스나 아시아산 딱정벌레의 분비물인 셸락수지를 칠했기 때문이다. 대륙을 건너왔음에도 불구하고 딸기값은 싸다. 딸기따는 사람의 임금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토마토에 대해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미국인은-대부분의 영국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더 이상 토마토가 무슨 맛이었는지를 모른다.

이 넓은 땅에서 무엇이든지 기를 수 있다. 망고나 파인애플도 캘리포니아의 일부에서는 기를 수 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한다면, 무엇이든지 살 수도 있다. 모든 과일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시골에 가면 길가에 차린 노점도 있고, 도시에는 한 구석에 농가에서 직접 가지고 와서 파는 농촌시장(Farmers' Market)도 있으면, 고급 음식가게(specialty gourmet store)도 있다. 그러나 모르몬교 성가대에서 마약을 찾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그리고 값도 비싸고 질도 꼭 좋은 것이 아니다. 문제는 슈퍼마켓이 시장을 지배하며, 거기서 파는 것들은 형편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객들은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쓸 여유도 없어 그냥 지나간다는 것이다.  

집을 떠나면서 나는 어느 정도의 음식고생은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마마트(Marmite)를 찾기는 쉬웠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가게에 진열된 풍성한 음식들이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슈퍼마켓에 선택이 있기는 있다. 그러나 서로 경쟁하는 대안들 사이의 선택이기보다는, 세분화에 의한 선택이다. 트로피카나사에서 나오는 오렌지 주스에는 다음과 같은 선택이 있다. 루비-레드, 섬유소 첨가, 무섬유소, 고섬유소, 저섬유소, 저산성, 칼슘 첨가, 비타민 C 배가. 그러나 신기하게도 오렌지 스카시는 없다.

크래프트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저어서 거품낸 것, 저지방, 무지방, 딸기맛, 파와 양파, 푸성귀, 연어, 파인애플, 꿀과 견과, 그리고 보통까지 있어 다른 회사의 크림치즈가 끼여들 여지가 없게 한다. 그리고 미국식 젤리인 젤로의 경우에는 딸기-키위, 딸기-바나나, 베리불루, 수박, 포도, 파란 사과의 종류가 있다. 그러나 이런 향은 과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모두 연구실에서 합성한 유기산이며 맛도 또한 그렇다. 과일도 과일 맛이 안 나는데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나는 영국의 소비자가 뜻하지 않은 혜택을 하나 누리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과일은 천천히 익을 때 제일 맛이 좋다. 그것은 경작의 한냉 한계선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그것이 영국 딸기가 캘리포니아나 스페인의 딸기보다 훨씬 더 맛이 좋은 이유이다. 그래서 스코트랜드산 산딸기나 캔트산 버찌가 그렇게 근사한 것이다. 물론 제대로 익을 때의 이야기이다. 가끔 익기 전에 서리를 맞기도 하고 그래서 시장에서 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인은 최소한 거대 농업기업의 힘에 대해 약간의 반격을 하였었다. 유럽의 경작자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과일이 단단하고, 따기 쉽고, 보존성 좋고, 무질병이고, 표준화되고, 보기 좋기를 원한다. 그러나 10년전에 영국의 소비자들이 골든 딜리셔스종 사과를 도입하려는 것에 반란을 일으킨 이후로 맛도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양해가 존재해왔다.

나는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 축배에 "신이여 테스코, 세인스버리, 세이프웨이를 도와주소서!"를 추가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러나 결국 시장이 결정한다. 프랑스의 옛날식 주부가 물건의 질을 놓고 야채장수을 심문하는 것을 보면, 마치 작업중인 예술가를 보는 것 같다. 이런 것이 소비자주의(consumerism)이다. 영국에서는 죽어 가는 예술이며, 미국에서는 이미 확실히 죽어버렸다. 그 결과가 바로 캘리포니아산 딸기이다.


  이슬보라
  Gala 사과가 맛있다는 말에 한번 사먹어 봤는데, 역시 후지 사과가 더 맛있더군요. 그래도 가장 맛있는 과일은 단연 우리나라 배가 최고더군요. 제가 사는 곳의 센트랄 마켓에는 우리나라의 신고 배가 들어오더군요. 2003-05-26
02:43:55

보쌈김치
  미국의 슈퍼마켓 과일이 왜 맛이 없는지 알게 해주는 글이네요.
슈퍼마켓의 과일들 밭에서 난게 아니라 공장에서 난 규격화된 공산품같지요.
그런 미국슈퍼의 낮은 질에 대항해 고소득층을 겨냥해 생긴 Zabar 나 Eli 같은 곳도 수입품 일색이고 과일값은 또 엄청비싸고 자체 브랜드로 만드는 빵종류도 값에 비해 맛은 별로지요. 무엇보다 이런 마켓이 우리나라 6,70년대의 남대문 미제시장을 연상시키는 정도로 이들에겐 유럽수입식품 야미시장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지요. 그만큼 미국의 식품생산의 다양성과 질의 저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십습니다. 2003-05-26
04:20:55

보쌈김치
  몰-자본주의가 맛없는 과일을 양산할 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문제도 담고 있는것 같아요. 일전에 Long Island, Manhasset 이라는 부자동네에 있는 몰에 가서 겪은 그곳 세일즈 우먼의 인종차별적 시선과 대우를 상기하면 몰이라는 게 특정 인종과 계급을 배제하는 분위기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겉으로 보기엔 사회적 적대나 모순과는 거리가 먼, 근대화된 근사하고 세련된 공간인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은 특정 인종과 계급을 배제한 위생처리된 공간, 미화된 공간이 아닐까요?

문화공간이나, 대화의 광장등의 공공영역대신 들어앉힌것이 쇼핑센타 (Mall) 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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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과가 맛이 없는 진짜 이유  
서슬   2003-05-26 06:23:41, 조회 : 145, 추천 : 7


아래에 묵이 님이 올린 글에서 미국 사과 맛이 없는 이유를 거대 유통업체들이 장악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폐해로 돌린 가디언 기사를 올리셨는데요. 조금 다른 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미국의 과일들이 맛이 없는 진짜 이유는, 아니 과일 뿐 아니라 수퍼마켓 체인들에서 유통되는 거의 모든 것들이 모두 형편 없는 진짜 이유는, 미국 시장이 기본적으로 세계에 개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미국이 자신들의 경쟁력이 극도로 취약한 몇몇 산업, 예를 들어, 철강 산업이 있겠죠, 그런 산업들에 대해 보호무역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를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왜 자유무역주의가 맛없는 과일의 원인인가? 그 이유는 미국의 농부들은 세계의 농부들과 경쟁을 해야한다는 데 있습니다. 세계시장에서 자국내로 들어오는 농산물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거의 기업체 규모의 대단위 농작물 생산이 필수적이고, 이것은 곧바로 질낮은 과일들과 농산물 생산의 원인이 되는 것이죠.

한국의 농산물 시장이 세계에 완전히 개방된다면 한국인들 역시 미국인들이 먹는 것 같은 그런 형편없는 과일들을 먹어야 할 겁니다. 물론 아주 형편없진 않아요. 미국에서 재배된 모든 사과가 다 맛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이슬보라님이 묵이님 글에 댓글로 단 글에서 언급했듯이 후지사과 맛은 괜찮은 편이에요. 샐러드 해먹기로는 그래니 스미스도 나쁘지 않구요. ^^

참, Farmers' Market은 농촌 시장이라고 번역하기 보다는 그냥 생산자직판장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겁니다. 말 그대로 직접 농부들이 직접 자기네 물건 갖다 놓고 파는 곳이죠. 그곳 물건들이 대규모 수퍼에서 파는 것들보단 좀 낫다고들 하더라구요. 난 근처에 Farmers' Market이 있긴한데 다른 데 보다조금 비싸다고 그래서 한번도 안가봤어요. ^^;;;


서슬



데카르트
  취향에 따라 다른 것 아닐까요? 미국 사과 맛있던데... :-) 식성이 좋아 그런 것 같기도 하고....ㅎㅎㅎ 2003-05-26
07:50:45
  
libra
  그러게요. 저도 한국에서 먹던거랑 별로 다른거 모르겠던데요. 사과나 쌀이나 쇠고기나...

배는 확실히 한국배가 맛있는것 같습니다만. 2003-05-26
08:14:28

미국서
  미국서 젤 맛없는 과일은 딸기죠. 한국 딸기는 정말 맛 있는데. 정말 비교가 안되죠.
미국은 체리가 젤 맛있는것 같구요. 요즘 체리시즌이라...
괴일은 farmer's market 이나 야채 과일가게 전문 가게 같은 데 가면 맛 괜찮고 값도 싼것 같던데요. 미국과일들은 대개 겉보기엔 크고 탐스러운데 진짜맛은 좀 싱거워요. 2003-05-26
08:55:36

묵이
  libra님 과일은 주로 어디서 사십니까? 혹시 한국 마켓에서 사신다면 제 이야기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마켓은 한국 사람 입맛에 따라 물건을 가져오니까요. 2003-05-26
09:39:58

libra
  한국 마켓에서 사오기도 하는데, 주로 세이프웨이에서 삽니다.
가끔은 코스트코에서 사오기도 하구요.
딸기같은 경우는 맛의 편차가 심한것 같더군요. 똑같은데서 사와도 무지 맛있는 경우도 있고 맛없는 경우도 있더군요.
좋은 물건 들어오는 타이밍과 잘 맞추는게 맛있는 과일 먹을수 있는 비결인것 같은데 사실 재수죠. 2003-05-26
17: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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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과 맛없는 이유가 자유무역이 아닌 이유  
묵이   2003-05-26 09:08:01, 조회 : 85, 추천 : 7

서슬님의 글은 잘 읽었습니다.

미국의 소비생활이 하향평준화하는 이유중에 자유무역과 그에 따른 시장개방이 차지하는 역할을 지적하시는 말씀이라면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자유무역을 진짜 이유, 즉 제일 중요한 이유로 주장하신다면 저는 반대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유무역은 여러 요인중에 하나로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특히 야채 과일류의 경우는 보관 운송, 그리고 신선도 유지의 문제 때문에 자유무역에 따른 경쟁의 압력에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노출된 상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종류에 따라 예외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야채 과일류에 있어서의 질과 가격의 하향 평준화 경향을 자유무역에서 찾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슬님이 주장하시듯이 자유무역이 사과 맛이 없는 진짜 이유라면 비록 하향평준화가 일어나더라도 그 나름대로 수요 공급의 균형이 이루어져 시장이 유지 되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몇 년전 미국의 사과 경작농들이 파산의 위기에 빠져 연방정부가 긴급 지원금을 투입하게된 상황을 살펴보면 심각한 시장실패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제가 이전에 읽어보고 저장을 하였었지만 제 하드 드라이브가 고장나는 바람에 없어졌습니다. 아래의 글은 뉴욕 타임즈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의 요약입니다. 기사의 전문을 보려면 돈을 내야하므로 요약만을 올립니다.

'Perfect' Apple Pushed Growers Into Debt
New York Times, November 4, 2000, Saturday

By TIMOTHY EGAN (NYT) 1499 words
Late Edition - Final, Section A, Page 1, Column 1
ABSTRACT - Many apple farmers acknowledge their own role in collapse of one of last sectors of American agriculture still dominated by family farms; say that in trying to create perfect Red Delicious apple for major supermarket chains, they may have sacrificed taste to cosmetics; Pres Clinton recently signed biggest bailout in history of apple industry, after government reported that apple growers lost $760 million in last three years; growers say they established color, size and firmmess standards in response to major supermarket chains, who want consistent product that catches eye of harried shopper; say result is rosy red apple that lacks taste of old Red Delicious; most orchards continue to produce these perfect apples, at huge losses; other apple farmers have started growing new varieties like Fujis, Galas and Granny Smiths; farmers and apple trade associations say government bailout will not solve underlying problems of industry; three biggest apple-producing states are Washington, Michigan and New York; photos (L)

이 기사의 내용은 대형 슈퍼마켓 체인과 같은 대형유통업체가 시장을 독점함에 따라 생기는 폐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는 사과 경작농에게 색깔이 진하고 크기가 같고 단단한 자기들 나름대로 제시한 표준에 맞는 사과를 경작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경작농들은 대형유통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므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맛이 희생되게 되고 결국은 사과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사태가 온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의 요구가 생산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그 중간에서 유통업체의 내부관리적 요구에 의해 왜곡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소비자가 원하는 사과를 생산자가 생산하지 못하게 되어 시장 실패가 온 것입니다.

위의 기사 요약에는 나오지 않지만 기사 전문을 보면 대형유통업체의 개입이 없는 몇몇 지역의 예를 들어 보이는데, 전통적 소규모 야채상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에는 경작농들이 전통 품종의 사과를 아직도 재배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대형유통업체가 가져오는 시장교란은 명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장교란은 대형유통업체에 고유한 필요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관성이 좋아야하고(사과를 일년정도 냉장하여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단단하여 운반과정에서의 손실이 적어야하며, 또 크기와 모양이 모두 비슷해야만 큰 물량을 다루는데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명한 색깔은 그들의 마케팅 전략의 필요에 따라 요구되었을 것입니다. 즉 이런 조건은 대형유통업체의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형유통업체는 물류와 마케팅 관리에서의 비용절감에서 얻는 이익이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킴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아마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려고 하면 그에 따른 관리비용의 상승 때문에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할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소규모 야채상에 비해 누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상실할 것입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기호보다 물류 관리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전략은 효과적인 경쟁이 존재하지 않을 때만 가능한 전략일 것입니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로부터의 경쟁은 그들의 전략 자체에는 근본적이 도전이 되지 못하며, 반대로 질과 다양성을 앞세운 소형 야채상이 진짜로 근본적이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식 교외 주거지역인 서버브(Suburb)는 이런 소형 소매점을 존재할 수 없게 만듭니다. 대형유통업체가 존재하기에는 이상적인 환경인 셈입니다.  

서슬님이 지적하신 자유무역은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고 미국 소비생활의 하향평준화의 진짜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저의 짐작입니다. 반대로 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조직된 경제가 주요 변수이며 자유무역은 대형유통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물류관리 효율화의 전략중에 하나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국제무역은 표준화된 중저가 중저질품의 대량 거래일 때 그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에, 물류관리의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유효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규모 소매점이 지배하는 경제에서는 자유무역을 통한 소비재 수입의 매력은 그만큼 감소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대형유통업체의 존재가 자유무역의 확대를 용이하게하고 족진한다는 반대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것이 1980년대 미국과 일본간에 심각한 무역갈등을 가져왔던 소위 일본의 구조적 무역장벽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시 미국 측은 일본의 소규모 소매점 중심의 유통구조가 시장을 왜곡하여 미국상품의 수입을 막는다고 일본측을 비판하였지만, 진짜로 왜곡된 유통구조를 가진 쪽이 미국이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제가 사과 하나에서 너무 큰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아닌가 하여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화의 한계이며 미국식 세계화가 결국은 실패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제시해봅니다.

최근 맥도널드 햄버거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그 실패의 이유가 미국 사과의 실패의 이유와 유사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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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 ♣ 미국 사과, 논쟁은 계속된다...  
서슬   2003-05-26 12:32:27, 조회 : 81, 추천 : 2

묵이님의 친절하면서도 통찰력있는 재반론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 사과 맛이 왜 형편없는지에 대한 님의 훌륭한 분석보다 더 나은 분석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묵이 님의 지적처럼 미국의 거대 유통 업체들이 사과 시장을 교란시킨 데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님이 인용하신 뉴욕타임즈 기사에 잘 드러나 있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거대 유통업체들이 심지어 과일들의 유통에 있어서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느냐, 즉 다시 말해, 어떻게 해서 거대 유통업체들이 과일농들에게 특정 유형의 품종을 생산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리만큼 유통 전반에 있어서 기득권을 갖게 되었느냐를 물어야 합니다.

묵이 님은 미국 교외지역의 특성상 거대 유통업체들이 유통을 장악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거대 유통업체의 득세는 반드시 교외지역의 현상만은 아닙니다. 도시 지역보다 좀더 두드러진 측면이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왜 미국에서 유달리 거대 유통업체들의 힘이 클까요?

저는 그 이유를 미국의 자유무역주의에서 찾습니다. 반대로 묵이 님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서슬님이 지적하신 자유무역은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고 미국 소비생활의 하향평준화의 진짜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저의 짐작입니다. 반대로 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조직된 경제가 주요 변수이며 자유무역은 대형유통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물류관리 효율화의 전략중에 하나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국제무역은 표준화된 중저가 중저질품의 대량 거래일 때 그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기 때문에, 물류관리의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유효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규모 소매점이 지배하는 경제에서는 자유무역을 통한 소비재 수입의 매력은 그만큼 감소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묵이 님은 사실의 선후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미국의 자유무역주의는 거대 유통업체들의 전략적 고려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 유통업체들이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미국의 무역 정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의 자유무역주의는 미국 산업,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농업, 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월등히 능가하기 때문에 채택되었습니다.  즉 "생산"에 있어서의 경쟁력의 우월성 때문에 자유무역이 실시되는 것이지, "유통"에 있어서의 효율성을 위해 실시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 아시다시피, 일단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경쟁력 있는 상품 생산 위주로 한 국가의 산업이 재편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미국은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산업은 거의 초토화되게 되죠. 왜냐하면 노동집약적인 그런 상품들은 모조리 한국에서 들어왔었고, 그리고 지금은 중국과 기타 동남아에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제 주장은, 이렇게 자유무역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중저가의 대량 거래 품목들을 미국의 중하층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미국의 거대 유통업체들이 맡게 됨으로써 그들이 지금과 같은 유통에 있어서의 기득권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자유무역이 먼저 있었고, 그 때문에 거대 유통업체들이 유통망을 통제하게 되고, 그리고 그렇게 해서 과일농들에게 특정 과일 품종을 생산하라고 요구할 정도의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직접적으로는 맛없는 사과의 책임이 거대 유통업체들에게 있는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결국 자유무역주의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서슬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코멘트 부탁드려요. 2003-05-28
17:35:00

묵이
  잘 읽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반론 들어갑니다. 2003-05-26
13:21:16

너디저스
  ㅎㅎㅎ 넘 잼있음니다
두분 모두 건필 하십쇼 2003-05-26
13:29:00
  
taiping
  건 그렇고 미국은 유럽에 비해 자신들의 산업력이 약할때는 분명히 보호무역주의를 행했습니다. 자신들의 공업이 다른나라들보다 경쟁력이 강해지자 자유무역을 들고 나왔죠. 남북전쟁의 한 원인이 북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남부의 반발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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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미국사과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서슬님에게)  
묵이   2003-05-27 08:12:40, 조회 : 55, 추천 : 5

글을 쓰면서 제가 분명히 하지 않아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한 부분이 있었는데 사슬님이 바로 그 부분을 치고 나오시는군요. 그렇기 때문에 대답도 이미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제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습니다.

"대형유통업체의 존재가 자유무역의 확대를 용이하게 하고 촉진한다는 반대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말은 자칫하면 대형유통업체가 먼저 있고 그 것이 원인이 되어 자유무역정책이 생겼다는 이야기로 들리기 쉬운데, 그것이 제가 주장하고자하는 바가 아닙니다. 자유무역이야 아담 스미스 시대에 이미 나온 이야기로 그 역사가 200년이 넘는 이야기이지요. 그러나 자유무역의 시행에 있어서는 나름대로의 부침이 계속 있어왔으며 또 자유무역이 각각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도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지적하고자 하였던 것은 자유무역이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가지는 의미와 행태의 특수함을 어떻게 설명하느냐하는 것이지 자유무역의 유무 자체를 설명하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자유무역이란 아무것이나 수입할 수 있다는 것이지 무엇을 얼마만큼 수입할지를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왜 중저가 중저질 소비재 공산품의 시장이 형성되었는가는 따로 설명되어야합니다.

만약 동일한 질의 상품인데 가격이 더 싸서 수입하였다면 설명은 간단합니다. 경제적으로 설명하면 됩니다. 그러나 질의 저하가 가격 저하와 함께 일어났기 때문에 설명이 복잡해집니다. 즉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 질이 떨어지더라도 싼 것을 찾는 소비자의 선택이 일어난 것입니다.

왜 이런 선택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청교도적이고 금욕주의적인 미국 문화가 질보다는 가격을 더 중요시하게 하였다는 식의 문화적 설명도 가능할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깊게 살펴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한국은 소비에서 과시적 소비의 성격이 강하고 그 결과 소비생활이 상향 평준화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으며, 이런 차이를 상당부분 문화적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순수히 경제적인 설명도 가능합니다. 소비재 공산품의 수입이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와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미국 제조업의 붕괴는 그에 의존하던 임노동계층의 소득을 감소시키고 그 결과 그들은 질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를 하고, 그들의 소비형태는 다시 공산품 수입 증가와 국내 제조업의 축소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됩니다. 여기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닭과 계란의 논쟁과 같을 것 같아 일단 피하겠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임노동자만이 아니라 사무직과 같은 중산층도 직업 안정성과 소득에서 취약해지기 시작하면서 위에 지적한 소비생활의 하향 추세에 합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이 부분이 서슬님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자유무역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와 무역수지 적자는 산업간의 비교우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국제통화인 달러의 발행국이라는 사실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과거 로마제국이 팽창할 때, 정복한 속주에서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면서 로마의 자작농을 몰락시킨 것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서슬님은 소비재 공산품의 수입이 왜 유통구조를 독과점화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수입 소비재가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대형유통업체에 의해 유통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입소비재가 소형 소매점간의 경쟁적인 시장을 통해 유통되지 못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사실 미국의 대도시는 아직도 중소형 소매점 중심의 유통구조입니다. 일단 도시에는 몰과 같은 거대한 소매시설이 들어설 공간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존 중소상인의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시정부가 정책으로 몰의 설립을 아예 금지시키기도 합니다. 뉴욕시는 몰에 대한 금지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가  몇 년전에 실험적으로 K-Mart의 설립을 허가하였습니다. 그러나 땅값 비싼 뉴욕에 실제 들어선 K-Mart는 약간 큰 슈퍼마켓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여 기존의 중소 소매점에 별로 위협을 가하지 못했습니다. 이것 보여주는 것은 소비재 수입이 필연적으로 유통의 독과점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시가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습니다. 현재 서버브에 사는 인구가 60% 정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서버브 인구에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도시인구중 저소득층인 흑인, 히스패닉계등 소수인종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고려하면 서버브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더 높다고 보아야합니다.

서버브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저는 하루종일 할 자신이 있습니다. 미국사 이백년의 사회적 정치적 인종적 경제적 모순들이 똘똘 뭉쳐 응축되어 나타난 현상이 바로 서버브라고 생각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미국의 서버브를 일컬어 주택가 사막(Residential Desert)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이 살지만 살지 않는 곳이 서버브입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차들만 쌩쌩 달리지 다른 사람은 하나도 만나지 못하는 곳이 서버브입니다. 도피를 자유로 착각하는 미국인들이 자유의 신기루를 보고 모여든 곳이 바로 이 서버브라고 하는 사막입니다. 이곳은 미국인의 외로움과 두려움, 희망과 광기의 출발점이며 종착점입니다. 사회적 관계의 무덤이며 그 공허를 상업화된 소비주의가 채우고있습니다. 공화정의 무덤이며 그 빈터를 극우화된 공화당이 메우고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고 일단 몰(Mall)에 관련된 이야기만 해보겠습니다.

교외 주택지로서의 서버브는 자동차 때문에 가능해진 주거형태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교외 주택가가 대중교통수단에 의해 연결되어있고 또 그 내부에서는 자동차에 의존함 없이 생활하는 것이 가능한데 반해, 미국의 서버브에서는 모든 활동이 승용차에 의존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승용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사람은 승용차의 노예가 됩니다.

몰(Mall)이란 이런 승용차에 종속된 생활형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집니다. 사람들이 모두 승용차로 이동을 하므로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면 우선 엄청나게 큰 주차장이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잠재고객이므로 매장 자체도 엄청나게 커집니다. 그러므로 몰을 한 번 지었다 하면 주차장까지 합쳐 축구장 몇 개를 합쳐놓은 크기는 쉽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몰이 한번 들어서면 주변 수십 킬로 안의 중소형 소매점들은 모두 망하게 됩니다.

사람이 걸어다닐 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의미 있는 독특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고 지나가는 여자를 훔쳐볼 수도 있습니다. 길에서 친구를 만나 인사를 할 수도 있고 같이 길가 카페에 들어가 차를 한잔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겨 묵묵히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길가에 있는 가게를 아이쇼핑할 수도 있으며, 언제든지 멈춰 서서 가게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행은 항상 복합적이고 다기능적인 행위이며, 다양하고 풍부한 자극과 정보를 줄 수 있는 경험입니다. 따라서 보행자 위주로 만들어진 사회적 공간에서는 다양한 소규모의 소매점이 공존할 여지가 많습니다. 제가 가보지는 않았지만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파리가 가장 보행자를 위하여 잘 만들어진 도시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을 하게되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출발점과 도착점만이 있고 그 중간과정은 생략됩니다. 운전자에게는 앞으로 뻗어있는 차선만이 있고 승객에게는 차창 밖으로 흐려져 스쳐 가는 단조로운 풍경의 반복만이 있을 뿐입니다. "아직 안 왔어?(Are we there yet?)"는 아이를 태우고 자동차를 모는 부모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일 것입니다. 지루해서 외치는 비명소리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마음대로 차를 세울 수도 없습니다. 주차할 자리를 먼저 찾아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동과정에서 즉석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은 항상 미리 계획을 세워야만 합니다. 그리고 한 번 계획을 세우면 중간에 바꾸는 것도 힘듭니다. 중간에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고속도로변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선전문구와 출구표시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동차로 장을 보러가려면 중소형 소매점 여러 군데 들를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크고 확실한 곳 하나를 찍어서 직진하여야지요.

미국 사람들은 자동차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도구라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러나 남이 미리 정해 논 동선을 따라 움직이기만 하는 미국인들은 속도감을 자유로 착각할 뿐입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다람쥐 쳇바퀴를 돌뿐입니다. 오히려 이동의 자유는 대중교통수단과 보행의 적절한 결합에 의해 더 잘 보장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중교통수단이 제대로 구비되어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별 상관은 없는 이야기인데, 저는 아는 사람이 찾아와서 관광안내를 하게되면 절대로 차 안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다닙니다.

그리고 차로 장을 보게되면 최소한 일주일치 이상 대량을 구매를 하게 됩니다. 멀리 차 타고 가는데 자주 행차하기가 귀찮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차가 있어서 많이 사도 싣고 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전업주부가 이제는 희귀동물이 되고 맞벌이 부부가 정상인 상황에서 장보는데 할애할 시간도 절대 부족합니다. 한꺼번에 많이 사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므로 한꺼번에 이것저것 많이 사는데 물건의 질을 꼼꼼히 따질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번 사면 일주일 이상 묵혀먹을 음식 같은 경우는 신선도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신선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음식을 골라야합니다. 물론 슈퍼에서는 알아서 그런 물건만 가져다 놓습니다. 이것이 미국 슈퍼에서 생선 구경하기가 힘든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생활의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적일 것입니다. 하향평준화하여도 불평불만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불평불만이 있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격보다는 질을 중요시하는 선호구조를 가진 소비자도 있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소비자도 가끔은 질을 중시하는 구매를 하고 싶을 때가 있겠죠. 만약 서버브가 아니라면 중소형 소매점들이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을 것이며 대형 유통업체의 행동에도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서버브라는 조건은 이런 도전과 경쟁이 불가능하게 합니다.

효과적인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대형유통업체는 소비자의 기호를 존중하기보다는 물류의 효율화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전략을 선택하게됩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의 함정은 소비자의 기호를 너무 무시함으로 해서 소비요구 자체를 죽여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전의 글에서 예를 든 사과 시장의 실패가 좋은 예가 되겠지요. 이런 문제에 대한 그들의 표준적인 전략은 광고를 통해 위축된 욕구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사회에서 광고에 과중한 중요성을 두는 것이 이런 소비의 하향평준화와 무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한 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류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최고의 꿈의 상품은 무엇일까하고요. 두 가지가 생각나더군요. 하나는 사료입니다. 모든 영양소를 다 갖춘 완벽한 식품이면서 보관 보존등 물류관리에 이상적입니다. 적당한 감미료를 첨가하여 어떤 맛도 낼 수 있어 어떤 짐승에게도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사람용 사료가 판매되고 있더군요. 바로 시리얼(Cereal)이 사람용 사료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아직은 아침식사용으로만 판매되지만 세끼를 모두 먹일 수 있게 된다면 미국 자본주의의 꿈의 상품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는 마약입니다. 미국의 티브이 광고를 자세히 보면 상당수의 광고가 자신의 제품을 소비하면 마치 마약과 같은 황홀경에 이르며 소비하지 못하면 마치 금단현상에 시달리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법이 무서워서 못하지 할 수만 있으면 마약장사가 제일 하고 싶다는 미국 자본주의의 무의식의 고백인 것 같습니다.

저는 서브화에 의해 대형유통업체의 독과점적 지위가 가능해졌고, 대형유통업체에 의해 소비자의 기호가 다시 일정하게 길들여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길들임이 전제되어있었기 때문에 자유무역에 의한 중저가 중저질 수입공산품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조건의 성립이 자유무역 자체만 가지고는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에 전적으로 의지한 서버브라는 거주구조의 성립을 자유무역으로 설명하여면 어떻게 하여야 핢까요? 그러나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무역과 대형유통업체의 독과점적 지위가 결합하면 상호상승작용을 일으켜 각자의 경향을 강화하며 소비생활의 하향평준화를 가속화시키는 추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형유통업체에 의한 소비자 길들이기가 없었다면 자유무역은 자본재, 중간재 수입 중심이며, 소비재는 고급 사치품 중심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지금처럼 완제품 소비재 공산품이 중심이 되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결론에 집착하는 이유가 한 더 있습니다. 만약 제 추론이 맞다면, 즉 서버브화의 매개가 독자적인 중요성을 가진다면, 자유무역에 혹은 미국식 세계화에 의한 소비생활의 하향 평준화가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식 세계화의 압력에 대해서도 좀 더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바람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해 의도적 착각과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제 스스로 경계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디 제 추론이 타당한지 검토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뉴욕에 발두치라고 하는 고급 음식 가게가 있었습니다. 고급에 값은 비싸지만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미있는 가게였습니다. 그 가게가 몇 년전에 대형 체인에 인수되었는데, 역시 그들 식의 물류중심의 경영을 하다가 손해를 보고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소형 소매점의 몰락이 안타까운 일이면서도 대형 체인이 그 경영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이런 식의 소형 소매점의 생존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한다는 점에서 흥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련된 뉴욕 타임즈의 기사를 올립니다. 재미있어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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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Times, January 18, 2003  

Who Moved My Arugula?

By ROB KAUFELT


fter graduating from college in the late 1960's, unclear about my future, I drifted into the family supermarket business in New Jersey. From Day One, I bugged my father and uncle about all the things they were doing wrong. In response, they sent me to an old-fashioned supermarket training program.

The course did not have its intended effect. Most of what I learned came from my roommate, who arrived in a Mercedes convertible with golf clubs in the trunk (I had a Pinto). He regaled me with his vision of a new type of store, one filled with fabulous food and service. It was the antithesis of the boring, sterile markets we all ran. But it was exactly like Balducci's, the Greenwich Village institution that shut its doors this month after more than a half-century in business.

Inspired by my roommate, I began to make changes in our stores, stocking stem berries, cored pineapple and arugula. We added bakeries, fish counters with open-ice displays, custom butchers and prepared foods cooked by store chefs.

Sales and profits took off and the company's stock went through the roof. But eventually, I left. The supermarket business was changing: consolidation was driving many family-owned chains, including our own, to sell out to big, international corporations. The Food Emporiums went to A.&P., and the grand old names like Daitch, Bohack and others went into the great supermarket dustbin of history.

But somehow Balducci's, the store that influenced so many in my generation, remained. It was the model we had studied and copied. The Zabar family ran a fine shop, but their delicatessen was too specialized; Dean & DeLuca, the newcomer, was too hip. Andy Balducci, however, invented the "gourmet" store, and he and his father, whose store he transformed, were genuine grocers.

But family businesses tend toward messy breakups, and so it was with Balducci's. In 1999, weakened by squabbles, the store was purchased by Sutton Place Gourmet, once itself a brilliant upstart in Washington, but long since reduced by corporate management to mediocrity. In no time at all, the venture capitalists running Sutton Place managed to lose $23 million in the dot-com and mail order business, an area Balducci's had pioneered with its catalog years before.

Within two years, sales in Balducci's Greenwich Village store dropped by more than half, to less than $10 million. Its new owners began to peddle the business, but found no takers. Finally, it came down to real estate. Balducci's owned its own space, which became worth more than the business itself. The real estate was sold and the shop closed.

I wasn't surprised. A couple of years ago, my dad came into the small cheese shop I had purchased in Greenwich Village. He had with him a guy who, 20 years earlier, had been one of our deli managers. Since then, he had gone on to a successful career in the grocery business. Now, he handed me his card: he was the new chief executive of Sutton Place-Balducci's. I congratulated him, and offered him my help. He wouldn't be needing it, he said. He wasn't thinking local, he was thinking national. A plan was in the works to create a chain of Balducci's.

I told him the specialty food business was not the supermarket business. There are important differences, not least of which is that supermarkets are driven by efficiency, while specialty stores are about excellence of product and knowledgeable service. What's more, New York City is unlike any other market in the country. He didn't seem to understand what I was talking about. Or maybe he just didn't care.

The venture capitalists who run Sutton Place don't seem too unhappy with the way things have turned out. After all, they managed to recoup much of their investment. One of the owners even told me that the Balducci's deal wasn't all that big anyway.

I couldn't disagree more.

Rob Kaufelt is the owner of Murray's Cheese Shop in Greenwich Village.



margaux
  저도 몇번 가봤던 Murray's Cheese Shop 주인의 글을 인용하셨군요. 치즈 가게 주인 글 치고는 나쁘지 않은거 같네요. 미국 치즈는 잘 갖춰논 편이지만 유럽 치즈는 부족한 편인거 같아서 잘 않가게 되던 가게 였습니다.

저는 몇 년간 뉴욕 맨하탄에서 직장 생활은 하다가 뉴저지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는 바람에 몇 년간 맨하탄에 거주하면서 뉴저지로 출퇴근하다가 생활하기 너무 힘들어서 결국에는 뉴저지로 이사간 케이스인데요. 처음 뉴저지로 이사와서 처음 이년간은 와인, 치즈, 생선, 과일, 야채 같은 일용품을 구입하러 매주 토요일 마다 맨하탄에 나갔었습니다. 맨하탄 기준에 너무 익숙해져서 뉴저지에서 파는 음식은 당연히 먹을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었거던요. 그동네에 처음 이사갈 당시만 해도 유기농 제품을 팔고 유럽 수입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이나 제대로된 콜렉션을 갖춘 와인가게, 혹은 치즈 전문 샵도 없는 삭막한 전형적인 미국 서버브 였습니다. 맨하탄 에선 와인의 경우 보르도 와인은 Sherry-Lehmann에서 구입하고 브루고뉴나 론 지방 와인은 Burgundy Wine Company에서 구입 했고 중국 요리를 먹어도 (예를 들자면) 광동 음식은 광동요리 전문점인 Ping’s에서 샤오롱빠오는 상해 식당인 Joe’s Shanghai 같은 곳에 찾아가는 식으로 먹고 마시는데 꽤 신경 쓰는 편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인도 향신료나 Basmati rice를 사러 퀸즈의 잭슨 하이츠에 있는 인도 슈퍼마켓에 가거나 일본 녹차를 사러 맨하탄의 일본 백화점에 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뉴저지 쇼핑 환경에 적응이 된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뉴욕 시내에서나 볼수있었는 Whole Food 같은 수퍼도 뉴저지 평범한 동네에 생기고 그 맞은 편에 있는 상해 식당과 인도 식당도 꽤 먹을만해서 좋습니다(맨하탄 기준으로도 상위 40퍼센트 수준은 거뜬히 넘어갈 듯 합니다). 다 요즘 생긴 가게 들입니다. 예전 미국 서버브 같으면 기대하기 힘든 일이죠. (맥도날드나 TGI 혹은 하겐다즈 같은 허접 식당이 반드시 잘나가는 식당축에 드는게 예전 미국 서버브 였습니다,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합니다) 뉴저지에 있는 한국 마켓도 예전보다는 좋은 품질의 물건을 취급하는 것 같고 요즘엔 나름대로 살만한 물건도 꽤 갖춰 놓고 있다고들 하더군요.

요즘 뉴저지가 발전해서 뉴저지만 그런가 했더니만 예전에 7-8년간 제가 살았던 롱아일랜드도 비슷하게 간다고 그동네 사는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이젠 드디어 미국 서버브에서도 제대로된 와인을 사고, 치즈를 사고 과일을 살수 있는 시대가 왔나 봅니다.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허접한 과일만 팔고 고객의 취향을 무시하고 맘대로 길들이려는 비즈니스가 영원토록 존재할수있는곳이 미국 서버브라면 그런 허접 비즈니스들을 상대로 경쟁해서 백장만자 되는건 땅짚고 헤엄치기 겠지요? : ) 나이 서른이 되도록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불분명한 새우깡이나 Pringles 쪼가리나 씹고 살던 제 주변 골수 인간들도 이제는 감자칩이건 옥수수칩이건 Organic에 Baked 찾더군요. 소비자 취향의 변화는 꼭 한국에서만 존재하는건 아닌가 봅니다. 느리지만은 이곳 뉴저지에서도 변화는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서버브 문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 흥미진진 하네요 ^^

P/S
미국 수퍼에서 생선 구경하기가 힘들다고요? 제가 미국 동해안 도시 주변에서만 살아보긴 했지만 찾으시는 해물이 Belon Oyster라던지 Prince Edward Island산 Mussel 처럼 산지까지 제한해서 구하는게 아니시라면 신선한 생선과 살아있는 조개, 랍스터류를 보통 파는걸로 알고 있었는데……의외네요. 2003-05-27
11:25:12

자영업
  margaux/대한한 고급취향을 가진 분 같습니다 그려.
알고보면 참 먹는게 중요한데, 그간 그저 한끼 때우는 식으로만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먹는 얘기와 연결된 미국 들여다 보기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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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과 - 논쟁의 끝을 찾아서...  
서슬   2003-05-27 12:29:41, 조회 : 45, 추천 : 1

묵이 님의 사려와 통찰이 깊이 배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제가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던 주제였는데, 묵이님과의 논쟁을 하다 보니, 우리가 매우 흥미로운 이슈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럼 제가 왜 묵이 님의 결론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지 말씀드리죠.

먼저 소비재 공산품 유통이 독과점화하는 이유를 보죠. 묵이님은 대형 유통 업체들이 도시 공동화와 그에 따른 도시 인구의 서버브로의 유입 때문에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고 믿고 있지만, 제 생각에는 꼭 도시공동화/서버브화를 끌어 들이지 않고서도 대형 유통 업체들의 유통망 장악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소규모 유통 업체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죠. 실제로 서울, 부산 같은 우리 나라 대도시만 보더라도 대형 유통 업체들 위주로 유통이 거의 재편되어 가고 있지 않나요? 그리고 이는 서버브화와 같은 외적 요인이 아니라 대형 유통 업체들의 자체 경쟁력 때문 아닌가요?

그리고 핵심적으로, 묵이 님은 대형 유통 업체에 의한 소비자 길들이기가 미국 대중들의 소비 생활 하향 평준화의 주범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저는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묵이 님은

"만약 대형유통업체에 의한 소비자 길들이기가 없었다면 자유무역은 자본재, 중간재 수입 중심이며, 소비재는 고급 사치품 중심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지금처럼 완제품 소비재 공산품이 중심이 되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라고 했습니다. 즉 대형유통업체들이 아니었다면 설령 자유무역을 한다 하더라도 미국 대중들의 소비 생활 하향 평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계십니다.  

반대로 저는 자유무역에 의해 중저가 소비재가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는 것은 필연적이었고, 물론 안사면 그만이었겠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중하층 서민들은 그들의 소득을 고려할 경우 그런 물건들을 구매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 했고 또 지금도 그러하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사실, 그런 중저가 물품들만 구매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구적으로 이런 저런 형태의 빚에 쪼들리며 살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즉 다시 말해, 미국 사회의 소득과 분배 구조에 비추어 볼때, 미국 사회의 중하층 서민들은 개도국 시장에서 들어오는 중저가 물건들을 소비하는 것 이외에 다른 아무런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고, 또 현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소비 행태는 대형유통업체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중하층민들과 중상류층 사이에 존재하는 극심한 소득 격차 때문에 애초에 생겨났고 또 지금도 계속중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저 역시 초대형 유통 업체의 존재가 그런 소비 행태를 "더욱 부추기고 악화시킨다"는 점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요약하자면, 제 논지는, 미국 중하층 서민들이 자신들의 소득으로 삶을 지탱해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도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물건들을 소비하는 것이며, 미국 사회는 바로 그들에게 그러한 물건들을 대대적으로 유통시켜야만 했을 것이고, 이러한 물건들을 그들에게 공급하는 과정에서 초대형 유통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소규모 유통 업체들을 누르고 독과점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논리적이라는 것입니다.

묵이 님은 만약 묵이님의 추론이 옳다면, "즉 서버브화의 매개가 독자적인 중요성을 가진다면, 자유무역에 혹은 미국식 세계화에 의한 소비생활의 하향 평준화가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논지에 집착하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서버브화와 그로 인한 대형 유통 업체의 유통망 장악이 소비의 하향 평준화의 주 요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결국 자유무역주의 혹은 미국식 세계화는 어느 사회에서나 필연적으로 소비생활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오게 될 것 아닌가 하는 잘못된 우려의 소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소비 생활의 하향 평준화의 진짜 주범은 대형 유통 업체도, 혹은 자유무역주의나 세계화도 아닌 다른 그 무엇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진짜 원인일까요? 저는 위에서 약간 내비쳤지만,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계층들간 소득 불균형이 확대되어 가느냐 아니면 좁혀져 가느냐가 그 사회에서 중하층 서민들의 소비가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걸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다른 어느 문명국가에서 찾아 볼수 없으리만치 빈부간의 격차가 크고, 또 그 격차가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즉 중상류층의 구매력으로 부터 중하류층의 구매력이 갈수록 떨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 중하층 서민들의 소비 행태가 하향 평준화 되어 가고 있는 진짜 이유라면, 세계화나 자유무역을 겁낼 필요는 없겠죠. 중저가 중저질의 제품이 쏟아져 들어와도 한 사회의 중하류층의 구매력이 증가할 경우 그런 물건들을 외면할 것이고, 따라서 소비가 하향 평준화하지는 않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묵이 님 덕택에 이곳 현충일 연휴를 뜻깊게 보내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

by 인형사 | 2003/05/28 14:18 | 옛글 창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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