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28일
capcold님의 촛불시위 휴전제안에 대한 반론
capcold님이 이제는 촛불시위를 멈추고 휴전과 제도적 개혁의 공간을 생각할 때라는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반론합니다.
http://capcold.net/blog/?p=1188
사람들은 타협할 수 있는 목표일 때는 집단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타협할 수 있는 목표의 성취를 위해서는 집단행동 말고도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로 이 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들이 이 문제를 타협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비타협적이 목표가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위는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그 자체로 행위입니다. 특히 상대방을 놓고하는 대결이며, 서로의 의지를 시험하는 치킨게임입니다.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파국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시위를 소통행위로만 파악하여 이미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졌으니 그만 브레이크를 밟자고 한다면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사람들에게 전혀 설득력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공안정국을 발동시키고 있는 정권은 그것을 자신의 승리로 보고 공안정국을 극단까지 몰고갈 것입니다.
그리고 정권 측에서 양보한 것도 하나도 없습니다. 소위 추가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말미에 4월 18일의 합의가 유효함을 재확인하고 다만 일시적으로 그 완전한 적용을 유보한 것 뿐입니다. 결국 촛불시위가 잠잠해질 때까지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미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정권이 대운하를 계속 추진하는 것도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할 수 없게 된 것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특히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 과연 양보일 수 있을까요?
양보는 없으며 모두 반격을 위한 명분축적용입니다.
시위대가 휴전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비타협적인 조건은 재협상입니다. 재협상은 정권 측 입장에서는 정치적 비용은 크겠지만 받아들일 수도 있는 타협할 수 있는 사항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정권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배수진을 쳐서 스스로 비타협적인 사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다. 재협상의 수용이 늦어지면 질수록 그에 따른 정치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근원은 정책에 대한 신뢰붕괴(소위 광우병 괴담은 신뢰붕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와 정권에 대한 배신감입니다. 어떤 휴전이나 타협도 정권 측의 신뢰회복을 위한 제스춰가 선행되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MB정권은 신뢰회복을 위한 어떤 제스춰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신뢰회복을 시도하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난관을 뚫고 휴전과 냉전이라도 성립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재협상수용입니다.
그런데 냉전은 지난 10년 동안 해오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요? 그 동안 불안하게 유지되던 냉전적 균형이 MB의 집권에 의해 깨어진 것이지요. 과연 휴전과 냉전이 돌아온다면 capcold님이 바라시는 제도건설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지난 10년간은 왜 못했을까요?
이번 사태의 원인은 대한민국 건국 50년 동안 축적되어온 제도들의 실패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기존의 제도들이 더 이상 사람들의 요구와 불만과 욕구들을 반영하고 매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그것은 황우석 사태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제도는 어떻게 하면 기존제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어쩧게 기존의 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이 없는 한 휴전과 냉전의 복귀는 다음 번의 더 큰 폭발을 위한 폭약의 축적과정에 불과한 지도 모릅니다.
capcold님의 우려는 상당 부분 공유하지만 capcold님이 제시하는 휴전안이 해결책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어떤 길을 선택해도 복병을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선택은 역사가 대신 해주겠지요.
추신: 저번에 프리라이드(Free Ride)는 좋은 것에 편승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쁜 것도 피할 수 없이 같이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원래 프리 라이드의 문제는 공익확보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공익(Public Good)의 대척점에 있는 이미 확립된 개념은 공안(Public Safety)밖에 없군요. 10년 동안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좌익정권으로 규정해온 사람들은 자기들 내부의 공익의 문제를 환상적으로 공안의 문제로 치환해야만 자기들 내부의 통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람들인지도 모르지요.
그것이 그들의 정치적 미성숙의 증거이기는 하겠지만, 그 환상적 공안을 지금 현실적 공안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지요.
추신2: 이번 사태에서 진보적 식자층에서 쉽게 발견되는 대중의 자발성에 대한 불신과 경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중의 반발은 우연히, 정확치 못한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것이 MB정권의 정치적 무능이라는 우연과 맞물려 증폭되었으며,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에 현재 열린 기회의 창에 많은 것을 기대하다가는 실망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러나 그런 대중의 모습이 더 근원적인 문제의 징후적 발현이라고 보면 어떻게 될까요?
정권의 모습도 대중의 모습도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식인층의 모습은 한국 현대사에서 새로운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추신3: 저는 하버마스류의 소통의 윤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버마스는 냉전적 자유주의의 이데올로그였으며, 그의 소통의 윤리는 홉스적 리바이어던을 뒤에 숨긴 배제의 윤리입니다.
# by | 2008/06/28 09:03 | 인형사 찾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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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을 보고 스스로의 글쓰기가 다시금 반성도 되고 이런 점을 독자(?)로써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감히 몇자 적어 봅니다.
저는 가끔씩 님의 댓글들을 capcold님 블로그에서 봐 왔는데
항상 치밀하고 지성이 넘치는 비판과 분석이더군요.
한데 글을 읽을때마다 어떤 묘한 거슬림이 있었습니다.
이는 주로 글의 내용에 있다기 보다는 어떤 포인트에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하느냐 하는 인상에 있습니다.
즉, 인형사님의 어떤 글들은 상대글을 듣고 대화를 하려 한다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 중에 '어디 내가 반대할 부분이 안 나오나' 잔뜩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이해 프레임에 성급히 상대의 주장을 가두고 난타하는 인상입니다,
그것도 필요이상으로 현학적이게.
그래서 그런지, '진보식자층의 대중불신'비판이라는 님의 평가가 공허히 느껴기지까지 하더군요.
아마 이런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 즐겁게 인형사님의 댓글과 글들의 독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떤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제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을 할 수 없군요.
덕분에 제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가능한 한 제가 자신있는 이슈로 끌고와 잘난 척 해보고 싶어하는 허영이 없었다고 할 수가 없군요.
그리고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는 마이너 블로거로서 이미 확립된 메이저 블로그에 기생해서 에너지를 훔쳐 쓰려는 얌체심리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원래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라, 새로운 생각이 났을 때 새로 글을 쓰는 것이 귀챦아 머리속에 담아만 두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댓글로 질러버리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과 댓글들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원래 글들에 상관이 좀 없더라고 그냥 댓글로 달아버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블로그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입장에서 가도 아는 척 해주는 블로그가 capcold님의 블로그이기에 본의 아니게 민폐를 많이 끼친 것 같습니다.
제가 capcold님의 블로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황우석 사태 때로 그 때 capcold님이 보여주신 통찰력에 대해서 상당히 감탄했고 확실히 인정을 합니다. 그 이후 자주 들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큰 이슈가 있을 때는 capcold님의 견해가 궁금하여 들러보았습니다.
이번 광우병 사안에 대해서는 capcold님의 견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일부 있어서 가끔 논쟁적인 글씨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capcold님에 대한 적대감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capcold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 그런 글쓰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capcold님이 워낙 미끼의 제왕이시라 잘 빠져나가시던데요.
'진보식자층의 대중불신'의 문제는 제가 아직 다 풀어 놓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광우병사태에서 흔히 발견되는 언명, 즉 "광우병 괴담은 괴담이지만, 정부의 협상도 잘못되었다"라는 이야기가 의도적인 대중과의 거리두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합니다.
제가 '진보식자층의 대중불신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황우석 사태 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을 부족하나마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태에서의 네티즌들의 행태에 대해 파시스트적 광기니 국수주의적 광기니 하고 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그 논지에는 대략 동의를 하지만 그 수사의 과잉에서 지적 도덕적, 그리고 정치적 태만을 보고. 그럼 당신들은 그들이 그렇게 될 때까지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어보고 싶고. 그리고 그 질문은 당연히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고."
http://puppetmstr.egloos.com/376186
이 부분은 앞으로 생각이 더 정리되고, 기회가 된다면 글로 써보도록 하지요.
마지막으로 따끔한 말씀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염두에 담아두도록 하겠습니다.